우리 주위에는 우유부단한 성격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이런 사람들에 대해 잘 모르면 결정적인 상황에서 당황스러울 때가 있다. 결정적인 순간 우유부단한 성격은 맺고 끊는 것을 못한다.
이치에 맞지 않는 말과 행동
나는 한 중년 분과 대화를 나누었다. 이 중년 분은 대학에서 특수용접을 배우고 있다고 했다. 그 이유는 특별한 기술을 가진 게 없고 용접은 정년퇴직해도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이라 노후대책으로 배워놓는다고 말이다. 그러면서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들려주며 "이런 사람의 심리는 어떻게 생각하냐?"라고 내게 물었다.
이 대학에서는 용접재료를 주기는 하는데, 인색하게 준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한번 연습한 모재(용접 연습용 재료)를 절단해서 계속 재사용한다는 것이다. 재사용도 몇 번 하다 보면 더 이상 할 수가 없어서 버려야 한다고 했다. 이 중년 분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모재가 부족해서 몇 번을 과대표에게 말했다고 한다. 그런데 과대표는 모재를 주는 교수에게 모재를 달라고 말하지 않는다고 했다.
중년 분은 한 달 정도 모재를 받지 못해서 연습을 하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다 전체가 모인 자리에서 중년 분은 교수에게 모재가 없다고 말을 했다고 한다. 그랬더니 교수는 "다 드렸는데요"라고 말하더라는 것이다. 그리고 교수 옆에 있던 과대표는 전혀 몰랐다는 듯이 "왜? 모재가 없어요? 못 받았어요?"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 말을 듣고 중년 분은 너무나 어이가 없었다고 한다. 왜냐하면 몇 주 전부터 계속해서 모재가 없다고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말을 했었고, 중년 분이 모재 이야기를 교수에게 하기 하루 전날에도 과대표는 개인적으로 모재를 구입하려고 사람들을 모아 돈을 걷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중년 분은 "모재가 없어요? 왜? 못 받았어요?"라고 말한 과대표의 말이 "이치에 맞냐?"라며 나에게 묻는 것이었다. 나는 "이치에 맞지 않는다"라고 말을 했다.
납득할 수 없는 말과 행동
한 가지 경우를 더 살펴보기로 하자. 회사 식당에서 근무하시던 이모분이 계셨다. 이 이모분께서도 나에게 너무 황당하고 당황스럽다며 이야기한 내용이 있다. 식당 일을 여러 사람이 같이하다 보면 서로 마음을 맞추어서 일을 해야 한다고 했다.
식당을 전체 책임지는 주방 관리자가 있고 그 밑에 주방 이모들이 5명 정도가 있다는 것이다. 그 5명의 이모들이 식당 일을 하다 보면 '이 일은 이렇게 하면 좋겠다'라고 주방 관리자에게 말하자고 할 때가 있다고 했다. 이 이모분이 경력이 다른 사람보다 오래되다 보니 주방 관리자에게 '이런 부분은 이렇게 했으면 좋겠다'라고 다른 사람의 의견을 받아 말을 했다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주방 관리자가 다른 사람에게도 '그렇게 생각하느냐?'라고 물으면 그들은 처음 듣는 말인 듯 딴청을 피우든지 아니면 '잘 모르겠다'라고 말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일이 몇 번 있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사람들과 '왜? 진실되지 못하냐'라고 다투기도 했다는 것이다. 왜? 이 사람들이 나(이모)와 말할 때와 주방 관리자와 말할 때 다르게 말하는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나에게 말했다. 그래서 나도 "전혀 납득할 수 없다"라고 말을 했다.
우유부단한 성격, 남에게 잘 보이고 싶은 사람
두 가지 내용은 거의 비슷한 내용이라고 보면 될 것이다. 그럼 이제부터 사람의 심리를 분석해 보기로 하자. 첫 번째 경우 과대표는 분명 모재(용접 연습용 재료)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은 모재가 부족하여 개인적으로 구매하기 위해 사람들에게 돈을 걷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중년 분이 모재가 필요하다는 말을 교수에게 했을 때 과대표는 거짓말을 했을까? 그것은 교수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그런 것이며, 모재가 필요하다는 아쉬운 말을 교수에게 하기 싫어서 그런 것이다.
또한, 과대표의 성격이 우유부단하다 보니 교수가 모재를 주기까지 말을 못 하는 것이다. 교수가 모재를 주면 받는 것이고 주지 않으면 줄 때까지 기다리는 성격인 것이다. 그러니 함께 교육받는 교육생들이 모재 때문에 용접을 연습하는데, 많이 힘들 것이다. 이런 성격을 가진 과대표에게 '모재가 부족하니 교수에게 달라고 말해주세요'라고 말을 한다면 알았다고만 할 뿐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혹여 이런 경우도 있을 것이다. 교육생들이 과대표에게 '모재가 필요하니 교수에게 말해달라'라고 했을 때, 과대표가 알았다고 해놓고 말하지 않고 있었는데, 교수가 알아서 모재를 주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그때 분명 과대표는 자신이 말을 해서 모재를 나누어 주는 것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만일 이렇게 한다면, 그는 우유부단하면서 자신의 공을 높이고 싶은 정치적인 성향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남에게 잘 보이고 싶고 인정받고 싶고 문제가 생기지 않는 최선의 방법만을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나는 중년 분에게 이런 말을 해드렸다. 앞으로 모재가 필요할 때는 과대표에게 말하지 말라고 했다. 정말 모재가 필요할 경우 직접 교수에게 가서 '모재가 없으니 몇 개만 주시면 어떻겠냐'라고 직접 말하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그리고 교수에게 모재를 받고 나서 다른 사람에게 '이렇게 해서 받았다'라는 말도 하지 말라고 했다. 그것을 과대표나 다른 사람들이 들어서 좋을 것은 없다. 왜냐하면, 잘난척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이 알면 아는 것이고 모르면 모르는 것이지 굳이 말할 필요는 없다. 괜한 오해를 만들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 (실제로 중년분께서 내가 말한 대로 개인적으로 교수에게 가서 모재를 받았다고 한다. 그 이후에도 따로 가서 모재를 자신만 더 받았다고 한다. 그리고 모재 받은 것을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않았다고 한다. 나는 중년분께서 내가 알려준 대로 해서 잘 된 것이 너무 감사했다. 물론 그분께서 말씀을 잘하셨을 것이지만 조금이라도 도움이 돼서 다행이다.)
겉과 속이 다른 사람, 정치질
두 번째 경우를 살펴보자 주방 이모는 순수한 마음에, 정직한 마음에, 잘해보고 싶은 마음에 다른 사람들과 함께 말을 맞추고 그 말을 주방 관리자에게 했는데, 왜 다른 사람들은 주방 관리자 앞에서 딴청을 피우거나 '잘 모르겠다'라고 말을 했을까?
그것은 이모 외에 다른 사람들이 주방 관리자의 눈치를 보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은 주방 관리자의 눈치를 보면서 이모 말을 처음 듣는 것처럼 반응했던 것이다. 주방 관리자에게 말하기 전에는 모두 알았다고 해놓고 주방 관리자가 있는 자리에서는 잘 모르겠다고 하는 것은 무슨 심리인가? 이것 역시 윗 사람인 주방 관리자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잔소리를 듣거나 혼나기 싫다는 의미도 포함이 된다. 이렇게 겉과 속이 다른 사람들과 일하다 보니 이모는 종종 화가 나고 다툴 때도 있다는 것이다. 이것을 우리는 정치질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모에게 앞으로 이렇게 말과 행동을 하면 좋을 것이라고 알려주었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있는 자리에서 이모가 나서서 주방 관리자에게 건의하지 말라고 했다. 왜냐하면, 그들은 언제든지 '잘 모르겠는데요, 그런 적 없는데요'로 반응할게 뻔하니까 말이다. 그러다 보면 다른 사람들이 이모 모르게 자신들끼리 모의하는 일도 생길 것이라고 말해주었다.
다른 사람들과 문제없이 그곳에서 지내고 싶다면, 주방 관리자에게 건의하고 싶은 말이 있거나 전달할 말이 있어도 나서서 말하지 말고 답답해도 참으라고 했다. 만일 주방 관리자에게 말할 일이 있으면 아무도 없을 때나 아무도 모르게 별도로 찾아가거나 전화로 말하라고 했다. 그렇게 건의한다고 해서 좋은 결과는 이끌지 못할 것이라고 덧붙여서 말해주었다.
상황에 따라 처신하라
이러한 일들이 의외로 많이 있다. 사람은 누구를 만나고 누구와 함께 있느냐에 따라서 기분이 좋을 수도 나쁠 수도 있다. 그것을 우리는 인복이라고 말한다. 주위에 저런 사람들만 있다고 해서 불행한 것은 아니다. 그 속에서 우리는 문제를 발생시키지 않고 지혜롭게 대처하는 방법을 배우기도 한다.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우유부단한 성격을 가진 사람에게는 요구하지 않기를 바란다. 말을 바꾸는 사람들에게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지적하지 말아라. 그들을 알면 그들을 지혜롭게 다룰 수 있다. 때로는 그들이 어떻게 말과 행동을 하는지 주의 깊게 관찰해 보는 것도 필요하다. 상대를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이다. 정의감에 불타서 내 이야기만 맞다고 밀고 나가면 큰 낭패를 볼 것이다. 다른 사람의 성향도 반드시 파악해야 문제를 만들지 않고 해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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